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 김초엽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中]

 

"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

 

이 두문장을 설명하기 위한 SF소설이다. 이 문장은 책 뒤 표지에도 적혀있는데 소설을 읽고 봐야 더 와 닿는 문장이다. 마을이라는 유토피아에 사는 데이지가 소피에게 유토피아보다 괴로움이 존재하는 시초지(지구)가 더 나은 이유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마을과 지금의 시초지를 만든 릴리 다우드나의 역사와 올리브가 만든 마을의 순례 제도. 그리고 올리브 또한 지구에서 생을 마감하게 된 과정. 이러한 내용을 보면서 행복의 의미를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행복이란 괴로움이 있기에 존재하는 것이고, 사실 괴로움이 많을수록 행복도 많아진다.

 

여기서 그려진 시초지 지구는 비개조인과 개조인으로 나뉜 분리주의가 만연한 세상이다. 개조인 들을 신인류라고 부르며 지구의 중심에 살지만, 비개조인 들은 개조인과 유전자가 다르다는 이유로 배제되며 외곽에서 힘들게 살아간다. 하지만 역설적이게 비개조인들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개조인들이 사는 세상은 마을이랑 같아 보인다. 따라서 괴로움이 존재하지 않고, 행복의 의미도 깊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비개조인들은 괴로움이 만연하고, 괴롭지 않을 경우가 많이 생긴다. 괴롭지 않아 질 때 비로소 행복을 느낀다. 따라서 확률적으로 비개조인들이 행복할 확률이 높다.

 

이런 관점에서 보았을 때 괴로움이 많은 사람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결론?이 되는 건가? 약간 이상한 메시지이지만 놀랍게도 이런 생각으로 위의 문장을 읽으면 위로가 된다. 김초엽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차별받고 있는 사람, 세상에 저항하고 있는 사람, 괴로운 사람들에게 위로를 전달하려는 목적이었을까? 아픈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내려 한 것일까? 정답은 아니겠지만 나는 글을 읽고 그런 느낌을 받았다. 사실 세상에는 완벽히 똑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멍청하게도 모든 것을 일반화시킨다. 사람은 이래야 된다. 보통사람은 이렇다. 그런 생각들이 단결을 만들기도 하지만 일반적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 사람들을 배제시킨다.

 

배제된 사람들은 여기에 맞서 싸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같이 맞서 싸우는 사람들은 서로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맞서 싸우면서 행복해한다. 괴로움이 있고 그 괴로움에 저항하면서 행복해한다? 데이지가 이런 말도 했다. 우리는 행복하지만, 행복의 근원을 모른다는 것. 괴로움이 있어 행복하다면 여기서 말하는 근원은 괴로움인 건가. 내가 글을 쓰고 있으면서도 헷갈린다.

 

두 번째 읽는 책이었다. 하지만 처음 읽었을 때보다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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